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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펴기생활운동협회

수련 체험담

한가위만 하여라(고관절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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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기상 작성일06-09-30 조회5,704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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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의 부위별 명칭 중에 비교적 늦게 알게 된 곳이 고관절이다. 지인으로부터 고관절이 많은 지병들의 원인이란 말을 듣고서야 비로소 나의 고관절을 바라보게 되었다.

  지금은 이앙기가 모내기를 하지만 전에는 사람의 손으로 심어야했다. 모를 심으려면 먼저 모판에서 모를 쪄야했다. 대개 한판에 한 사람이나 두 사람이 쭈그리고 앉아서 모를 쪘다. 그 말 없는 경쟁심에 쫓겨서 어떤 사람은 뿌리에 붙은 흙을 씻지도 않고 모를 묶어 놔서 정작 심을 때 고생을 하는 일도 많았다. 그 쭈그리고 앉기가 정말 어려웠다. 허리부터 아래로 저리고 아프고 지금 생각해도 모내기 중에 가장 어려운 일이 모 찌는(뽑는) 일이었다. 어른들은 말한다. 애들도 허리가 아프냐고.

  유연성이 남보다 떨어져서 그렇겠지 이후로 이런 저런 운동을 많이 해보았지만 몸은 변하지 않았다. 한번은 친구네 가족과 해인사로 여행을 갔다. 저녁에 도착하여 민박집에서 잠을 자고 아침에 일어나는데 오른쪽 다리를 쓸 수가 없는 것이다. 등산을 포기하고 해인사만 보고 돌아서야 했다. 본격적으로 구체적인 부위가 아프기 시작한 것이다. 그럴 때마다 침도 맞고 뜸도 뜨고 뼈 주사 근육 주사 그런 이름의 치료를 받으면 슬며시 가라앉곤 했다.

  그러나 정기적으로 재발했다. 심할 때는 오른쪽 허리 아래를 거의 쓸 수 없을 정도로 아팠고 조금만 앉았다 일어나도 곧게 서지 못하고 구부정하게 허리를 추슬러야 설 수가 있었다. 등산을 좋아했는데 무릎이 시큰거려 차츰 산과도 멀어졌다. 웅크리고 등으로 구르기 일명 굴렁쇠라고 하는 운동을 하면 좋아진다고 해서 근 십여 년 구르기도 했다. 자갈밭에서 굴러도 괜찮을 만큼 등뼈 곳곳에 굳은 살이 박혔고 많은 효과도 보았지만 근본적인 치료는 되지 않았다.

  어떤 불교 서적에서 고관절이란 말을 처음 읽었다. 수련을 하려면 먼저 고관절을 열어야 한다고 했다. 단전을 열어야 한다는 말은 들어 봤어도 고관절을 열어야 한다는 말은 처음이었다. 고관절이 어느 부위를 지칭하는지조차 몰랐다. 모르니 흘러 가버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올 초 지인으로부터 고관절이란 말을 다시 들었다. 몸살림이란 말보다 고관절이란 말에 귀가 번쩍 뜨였다. 일일수련 후 아홉 달이 지났다. 그 동안 제일 속 썪인 부분이 고관절이다. 지금도 완전치는 않지만 완전치 않아서 더 열심히 몸살림을 한다. 오른쪽 뒷목 줄기부터 엉치까지 한 줄로 당길 때의 그 섬뜩함도 이제 없다. 간간히 주먹으로 툭 쳐주기만 해도 제 자리를 찾아든다. 비 오려고 하면 며칠 전부터 허벅지가 날아가도록 쑤시는 일도 없다. 쪼그리고 앉아서 일을 해도 다리가 저리지 않는다. 무릎을 치지 않고 그저 슬개골만 올려 주어도 무릎의 시큰거림은 거짓말처럼 사라진다.

  그러나 아직 멀었다. 교정 없이 팔법과 숙제만으로 몸틀을 유지할 정도가 되려면 얼마나 오랜 기간이 필요할까.

  일상적으로 내가 하는 일의 전부가 어깨까지는 펼 수 있어도 고개를 숙이고 하는 일들이다. 고개만 숙어져도 어깨까지 따라서 굽어든다. 이제 목을 세우는 일이 제일 어렵다. 그래도 이제는 누가 봐도 자세가 바르다는 말을 들을 정도가 되었다. 허리로부터 목까지 바르게세우는 일이 세우고 일정 시간 유지하는 일이 참으로 어렵다.

  추석입니다.
  이곳을 찾는 모든 분들이 보름달처럼 이지러진데 없는 몸으로 거듭나시길 빕니다.

댓글목록

김나래님의 댓글

김나래 작성일

글을 참 잘 쓰시네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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